"오늘은 아홉 장남 빌었수다"
해서 아홉 장남 몫의 점심을 해서 짊어지고 가 보면 장남들은 안보이고 왕갱이 혼자 밭을 갈고 있곤 했다.
"점심이나 놔두엉 갑서. 나 다 갈쿠다"
혼자 아홉 장남 곳의 점심을 다 먹은 왕갱이는 소를 후려 몰아 밭을 다 갈고 <쇠눈빌레 > 에 가서 물을 먹이니까 급하게 물을 먹은 소들이 릇 릇 다 죽어 버렸다. 그래서 이 물 이름이 <쇠눈빌레 > 즉, 소가 죽어 누운 빌레가 되었다.
목장에서 소를 먹일 때 왕갱이는 사릅 송아지의 귀를 잡아 휘둘러가면 소들이 모여 왔다고 한다. 소들이 모여 오면 귀 잡아 휘둘렀던 송아지는 삭정이를 거둬 구워 먹어 버리곤 했다. 그래도 왕갱이가 살았을 때는 그놈의 복으로 강씨 집에 소떼가 많았는데 그가 죽으니까 싹 망해버렸다.
왕갱이는 짐도 많이 져서 월림과 저지리 중간에 있는 큰된밭에서 농사를 지을 때 알골 아홉 가마니를 한 짐에 짊어지고 나왔다고 한다.
하루는 금악 강 댁의 제삿날 밤이었는데 도둑놈들이 들어서 곡식을 져가고 곡식을 지키다가 돌을 베고 잠들어 있는 왕갱이를 배에 바윗돌을 짓눌러서 그를 죽여버렸다. 큰 바위돗을 굴려다 그늘 짓누를 때 "하!"하는 신음 소리에 강씨 댁 문이 다닫혀질 지경이었다.
제삿집에서 제사를 지내던 강씨댁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"하, 이번 참에는 그놈이 죽었져!"했다고 한다.
그 후 그의 시체는 큰된밭 서녘밭의 머리에 오랜 세월 묻혀 있다가 무연분묘로 신고되어 이장 처리됐다.